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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덧, 새우깡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름

작성자
김순덕(전북 정읍시 덕천면)
등록일
2004.03.08
조회
9,628

싸리재, 지금도 그곳을 생각하면 둘째 아이를 낳기 전 입덧을 가라앉히기 위해 밭에서 뽑아 껍질째 먹던 무가 생각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정읍에서도 40여분은 족히 산길을 타고 들어가야만 가까스로 만날 수 있는, 4년 전 농사를 짓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살곳을 알아보던 남편과 함께 둥지를 틀게 된 싸리재.


결혼 전부터 시골을 막연히 동경했지만 정작 논 한 마지기가 몇 평인지도 모르는 나는 너무 힘든 출발을 했다. 대문도, 현관문도 없는 안방 미닫이문은 시골로 찾아든 젊은 부부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찬 마을 어른들의 방문으로 느닷없이 드르륵 열렸고 발판마저 삐걱거리는 재래식 화장실은 번번히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으며 무엇보다 딱히 우리 것이라고 할만한 텃밭조차 없는 상황에서 남의 논밭을 기웃거리며 할 일을 찾아야 하는 하루하루는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밤이면 내 어깨를 두드리며 나를 위로하는 남편 몰래 등을 돌리고 가끔 눈물을 찍어내기도 했다.


그리운 것들은 온통 도시에 있었다. 친구들, 부모님, 새로 이사온 시골집이 좁아 살던 아파트에 두고 온 혼수로 해온 장롱, 결혼전 남편과 헤어지기 싫어 서로의 집을 오가며 새벽이 다 되도록 배웅을 하던 골목길.


그러나 하루에 한 번 들어오는 버스를 타지 않고는 시내에 나갈 수도 없었고 흔한 과자 한봉지 살 수 없었다. 마을이라고 해봐야 열가구도 안되는 곳에 가게가 있을리도 만무했다. 그즈음 둘째 아이를 가져 입덧이 심해진 뒤부터 큰애와 다르게 유난히 음식을 가리던 나는 어느날 밤 갑자기 새우깡이 너무 먹고 싶어졌다. 도시에 살 때 별다른 안주 없이 새우깡 하나만으로도 맥주 두병을 뚝딱 비우던 남편을 보면서 의아하게 생각했던 내가 새우깡의 짭짤하면서도 물리지 않는 맛이 생각나서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었다. 하지만 농번기라 매일 새벽부터 남의 집 논일을 하러 가는 남편에게 큰아이도 참고 있는 과자투정을 할 수 없어 애써 참고 있었다.


어느날, 시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큰형님이 우리 집에 들르는 길에 자신과는 다른 삶을 걸어가고 있는 아랫동서에 대한 연민 때문이었는지 두고 먹으라며 장을 봐온 듯한 커다란 보따리 하나를 내밀었다. 그 속엔 아이들 과자며 찌개용 돼지고기, 그리고 과일 몇 가지가 들어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마치 나의 간절함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보따리 속에 새우깡이 얌전히 웅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입덧을 해본 사람을 알 것이다. 왜 그때, 그순간, 하필이면 그것이 먹고 싶은지. 그게 아니면 도저히 안될 것 같은 그때의 절박한 심정을. 나는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정신없이, 그야말로 허겁지겁 옆에 앉아있는 큰아이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새우깡을 먹어치웠다.


다 큰 아줌마가, 그것도 자기만을 빤히 쳐다보는 두 살 된 딸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과자 한봉지를 뚝딱 해치우는게 어이가 없었던지 마냥 신기해하며 바라보는 큰형님에게 빈 새우깡 봉지를 입속에 탈탈 털어넣으면서 내가 그랬었나 보다. 새우깡을 상자로 사다 놓고 먹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며칠 뒤 다시 우리집을 찾아온 큰형님이 승용차 트렁크에서 새우깡 두상자를 내리면서 나한테 그런다. "이렇게 저렴한 소원은 얼마든지 들어줄 테니까 건강하게 아이만 잘 낳아"


그날 이후 입덧도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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