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공모 우수작새우깡과 함께 한 사연을 올려주세요!

새우깡으로 끓인 해산국

작성자
이수경(경기도 오산시 청호동)
등록일
2003.07.21
조회
3,985
그렇게 몇 달을 방황하던 엄마가 또 동생을 낳으셨습니다. 남들이 말하는 유복자. 막내는 그렇게 태어났지만 또 딸이었습니다. 엄마가 탯줄을 끊고 혼자 낳은 막내. 난 어찌해야 할 지를 몰라 밖에서 서성이다가 엄마에게 무언가를 드시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옥동상회로 뛰어갔습니다. 따뜻한 국이다. 그래 따뜻한 국. 그러나 나에겐 돈이 없었습니다. 엄마에게 10원씩 달라고 해서 쭈쭈바나 만화를 보던 때를 생각하며 갑자기 눈물이 났습니다 . 그 돈을 모아뒀더라면... 그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며 막 옥동상회 앞에 다다랐을 때 난 우뚝 서버렸습니다.
새우깡 상자에서 새우깡을 진열대에 쏟아놓던 그 모습. 지금이라도 막 살아나 퍼득일 것 같은 새우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고 싱싱하게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 저거야! 엄마에게 새우를 끓여드리자.'
난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아줌마에게 새우깡 한 봉지를 외상으로 사들고 숨이 목에 차서 헐떡이면서도 뛰는 걸 멈추지 않고 구르듯 뛰어 집으로 돌아와서 새우깡을 뜯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정말 잠시 새우깡을 한 번 바라보다 결심을 하고 냄비에 새우깡을 붓고 물을 부었습니다. 그렇게 정성들여 끓여낸 새우탕.
새우탕 과자엔 새우를 갈아넣었다고 진실로 믿었던 나에게 새우깡을 넣고 물을 부어서 끓이면 새우탕이 될 거라는 생각은 정말이지 누구도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최고의 아이디어였습니다.
물을 두 대접이나 붓고 끓여낸 새우탕. 연한 갈색빛의 새우탕이 끓기 시작하면서 기름기가 동동 떠 있던 그 새우탕에서 나던 그 구수한 내음. 그 새우탕을 받아들고, 후루룩 후루룩 맛나게 드셔주던 엄마. 이제까지 제가 살면서 그때처럼 뿌듯하게 내가 자랑스럽던 적이 없었던 듯 합니다.
해산국으로 새우탕을 드신 엄마는, 기운을 차리셨고 우리들은 다시 가족을 찾았습니다. 새우깡 봉지를 뜯어서 먼저 한 두개를 먹어보고 싶었던 유혹을 뿌리치고 모두 엄마에게 새우탕을 끓여드렸다는 자부심과 함게 새우깡에 새우가 들었다는 진실은 내가 불변의 진리였습니다. 또한 그 새우탕을 드시고 엄마가 기운을 차리셨다는 사실 또한 불변의 진실이었고, 엄마는 그런 저를 대견해하며 행복해 하셨습니다.
물론, 엄마의 딸 자랑으로 소문이 퍼져 내 별명이 새우탕이 되는건 시간문제였지만 그래도 전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새우탕으로 기운을 차리신 엄마, 그리고 다시 조금씩 웃음을 찾아가는 우리 가족을 보면서 진심으로 새우깡에게 감사했으니까요.
그 새우탕 사건 이후, 벌써 20여년이란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내 아픈 유년시절의 기억 속에서 전설처럼 살아 파닥이는 한마리 대하의 선홍빛 행복. 새우깡은 몇 안되는 기쁘고 뿌듯한 기억중 하나입니다. 지금도 장을 보러가면 새우깡을 제일 먼저 장바구니에 담는 건 내 유년시절의  그 아름답고 순수했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까요.
새우깡을 사다주면 방바닥에 쏟아놓고, 낚시놀이를 하면서 '새우 잡아! 새우 잡아!' 하는 우리 아이를 보면서 아마도 새우깡의 역사는 계속되어질 것 같다는 강한 예감을 뿌리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이가 백일이 막 지나 처음으로 손에 쥐어준 과자, 새우깡. 내 어머니 해산국으로 끓여드린 새우깡. 내 유년시절의 기억 속에 늘 함게 했던 새우깡의 30년 사랑과 역사를 기쁘게 축하드립니다.
지금도 가끔 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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