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공모 우수작새우깡과 함께 한 사연을 올려주세요!

변신의 귀재, 새우깡

작성자
강현진(서울시 도봉구 도봉1동)
등록일
2003.09.25
조회
4,757

분홍색 투명 봉투에 가득 담겨있는 새우깡! 1989년 초등학교 2학년, 그 때 당시만 하더라도 50원이란 거금을 투자하고 혼자서 먹기에는 남으면 남았지, 모자라지 않는 충분한 양이었음에 틀림없었다. 세 살 위인 형이랑 나눠먹기에는 절대 허락할 수 없는 최고의 간식거리로, 또한 호기심 많은 동심에게는 장난감(?)으로도 충분히 활약했을 것이다.


한창 장난끼와 호기심이 온 몸에서 철철 흘러내릴 초등학교 3학년. 우리동네 5분 거리에 있는 동갑내기 악동들 세 명은 유별났다. 어디를 가든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방과후 친구들과 함께 학교 앞 문구점에서 떡볶이로 간단히 요기를 한 후 새우깡 한 봉지를 들고 우리집으로 향했었다. 우리집은 부모님이 낮에는 집에 안계시기 때문에 늘상 놀이방으로 운영되곤 하였다. 빈집에 동갑내기 악동이 모여있다면 사고는 이미 예상된 일! 그날은 대형사고였다. 소방차가 출동한 아주 큰 사고!


친구들과 함께 조용히 TV를 보면서 블루마블이란 게임을 하며 놀던 중, 갑자기 한 친구가 TV를 보다가,
“야! 니네 아빠 담배 피우제?”
“응! 그라믄 우리도 함 해보자.”
“근데, 담배 어딨는 줄 모르는데?”
“찾아봐라. 서랍 같은데.”
아무리 안방을 샅샅이 뒤져보아도 어디에도 담배를 찾을 수 없었다. 그때 유일하게 우리 아빠만 담배를 피웠기 때문에 다른 집으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허나! 여기서 좌절하고 포기할 우리가 아니었다.
“야! 멋있나?”
 한 녀석이 죄없는 새우깡을 입에 물고 쭉쭉 빨아 당기는 모습을 흉내냈다. 그리고서 각자 새우깡을 들고 가스레인지가 있는 부엌으로 한 걸음에 내딛었다. 어디서 본 건 많아서 손가락사이에 새우깡을 끼우고 불을 붙였으나, 당연히 검게 타들어가고 빨간 불빛을 찾을 수 없었다.


“야! 이거 안 붙는다!”
“와 이러지?”
“맞다! 종이 없다.”
“맞다! 담배도 흰 종이 있다.”
한참을 궁리 끝에 휴지 한 마디씩을 끊고 그 안에 새우깡 두 개씩을 넣은 다음 돌돌 말아서 침으로 봉하고 나니 완벽했다.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 부엌으로 간 우리들! 나란히 석쇠위에 새우깡 담배를 올려놓고 불을 지피는 순간, 휴지에 옮겨붙은 불이 크게 붙어버린 것이었다. 놀란 가슴에 후후 불어서 땅바닥에 떨어뜨린다는 것이 그만 휴지통에 떨어져 우리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큰 불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플라스틱 휴지통은 검은 연기를 내며 무섭게 타오르고 옆집에 있던 아주머니의 신고로 화재는 그렇게 진화되었다.
우린 그대로 줄행랑을 쳤고 뒤늦게서야 불에 타다 남은 새우깡으로 인해 범인으로 밝혀져 각자 집에서 곡소리 나도록 혼나고 또 혼났다. 또한 동네에서는 요주의 인물들로 낙인찍혀 각종 쏟아지는 눈초리를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10여년이 지난 지금!
난 서울에서 의경으로, 한 친구는 해병대로, 한 친구는 육군으로 각자 국방의 의무를 지닌 군인으로 지내고 있다. 물론 군에 와서도 새우깡은 간식거리로 활약하고 있고 가끔은 가난한 군인의 술안주거리로 변화하며 사랑받고 있다.


새우깡!
그는 동심의 시절엔 나의 친구들과 함께 요긴한 장난감으로, 배고픈 신병시절엔 비상식량으로 옆에서 떼어놀 수 없는 변신의 귀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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