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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 광촉짜리 새우깡을 달기까지

작성자
고흥준(경기도 군포시 산본1동)
등록일
2003.10.25
조회
3,605

'차-렷! 연대장님께 대하여 받들어 총!'
'추웅-성!'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하겠지만 군인들이 공식적으로(?) 새우깡을 먹는 날이 있다. 훈련소에 입소하여 모든 훈련을 마치고 이등병 계급장을 머리에 붙이는 날, 모든 훈련병들은 약속이나 한 듯 새우깡을 먹는다. 그것은 아마도 이등병 계급장을 박음질해놓은 모양이 새우깡과 비슷하기 때문에 생긴 전통일 것이다.


군에 입대한 순간, 무섭고 살벌한 조교들이 강조한 한 마디!
'너희들은 계급장도 없는 훈련병들이다. 그러나 훈련이 끝나고 나면 육군장성의 별보다 더 빛나는 오만 광촉짜리 새우깡을 이마에 척 붙이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이게 무슨 말이지 모르겠지만, 두고봐라. 너희가 퇴소하는 날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알게될 것이다.'


아, 일만 광촉도 아니고, 이만 광촉도 아니고 오만 광촉짜리 새우깡이라니, 그 흔한 작대기 하나의 계급장도 달지 못한 채 번호로만 불리우던 우리들에게 그 말은 너무도 달콤하고 황송하였다. 퇴소하는 날 의미를 알게되리라던 내무반장의 말 속에 숨어있던 것은 우리가 젊은 나이에 누릴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을 저당잡힌 대신, 땀과 성실로 획득할 무엇이 있음을 상징하고 있었다.


우리는 고된 훈련 속에서도 이등병 계급장을 은유적으로 나타내던 새우깡과의 빛나는 조우를 생각하며 쓰러질 것 같던 PRI훈련도, 가스실에서 '어머님의 은혜'를 부르며 흘리던 눈물도, 산악행군을 하다 뒤쳐지는 전우를 부축하며 느끼던 버거움도 모두 잊을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봐도 참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훈련소를 떠나던 저녁, 회식자리에서 술대신 나온 사이다를 마시며 먹던 새우깡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어때 임마들아. 이제 내가 너희들에게 처음 했던 말의 의미를 알겠지?'
그랬다. 회식이 끝나갈 무렵 무섭고 엄한 줄만 알았던 내무반장이 빙그레 웃으며 던진 한 마디에 그동안 쌓여왔던 모든 미움과 질시들은 눈 녹듯 사라지고 없었다. 그의 검게 탄 얼굴엔 그 또한 처음 이등병 계급장을 달던 날의 추억이 아른거리고, 자신이 가르친 우리들이 모두 건강하게 훈련을 마친 것에 대한 교육자로서의 자부심이 서려있었다.


'내무반장님. 우리 제대하는 날 만납시더.' 노상 고문관 노릇을 하던 동기가 제의하자 모두 '와-'하고 웃었다. 내무반장이 말했다. '너희는 제대가 언제냐?' '92년 1월입니다.' 우리는 입대하면서부터 손꼽아오던 그날을 이야기했다. '난 3개월 후다. 그런데 너희들 제대하는 날이 오냐? 나같음 자살한다. 자살해.'
그러나 내무반장의 말과 다르게 국방부의 시계는 밥주는 사람도 없는데 잘도 흘러만 갔고 우리들은 모두 새우깡을 네 개나 이마에 붙이고 무사히 제대할 수 있었다.


무엇이었을까. 그 젊었던 날, 우리들을 광기처럼 사로잡아 한 영어(囹圄)로써 기능하던 군대와 첫 훈련의 고달픔은. 또한 이등병 계급장을 은유적으로 상징하던 한 고자와의 만남은.
스스로를 힘겹게 지켜나가던 절연(絶緣)의 시간들이 결코 헛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잃어버림으로써 나는 얻을 수 있었던 것이리라. 만나지 못함으로써 나는 만나고 있었던 것이리라. 생각느니, 추억은- 지나감은- 인간을 얼마나 간사하게 만드는 것일까.


실제보다도 그가 지닌 상징성으로 인해 우리들의 고개를 무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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