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공모 우수작새우깡과 함께 한 사연을 올려주세요!

나의 시아버님과 깡이 할아버지

작성자

김미성(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등록일
2003.11.25
조회
5,027

세상을 살아가면서 기쁜 일 중의 하나는 삶의 길목에서 아름답고 향기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만남의 기쁨 속에서 베풀어지는 나눔의 즐거움은 삶을 활력 있게 만든다.
지금까지 있어온 아름답고 향기로운 많은 만남 가운데 나를 찬란한 기쁨으로 충일하게 했던 것은 단연코 시아버님과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남편과 처음 선을 보던 날, 며느리감을 보시고 남편보다 더 흡족해 하시면서 우리의 결혼을 적극 서두르셨던 시아버님. 유난히 정이 많으셨던 그 분으로 인해 나의 결혼 생활은 기쁨과 설레임 속에 시작되었다. 모든게 낯설기만 했던 새색시 시절, 쑥스럽고 어렵기만 하던 남편보다 더 의지가 되어 주셨던 시아버님의 유별하신 며느리 사랑 덕분에 새색시의 하루하루는 찬란한 빛으로 충만할 수 있었다.


초록의 햇살을 가득 머금은 예쁜 장미꽃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을 때 나의 첫 임신은 가슴 설레임이나 벅찬 환희를 음미해 볼 틈도 주지 않고 극성스러운 입덧으로 시작되었다. 친정엄마를 닮아 가볍게 지나리라 생각했던 나의 입덧은 유난스럽게 시작되었으며 밥은 커녕 물 한 잔 마시는 것도 힘들었다. 보리차를 꺼내려고 냉장고 문만 열어도 김치냄새나 양념냄새 따위가 욕지기를 일으켜 식탁에 함께 둘러앉아 식사를 한다는 일은 아예 엄두도 못 낼 형편이었다.
시부모님께서는 입덧하는 며느리를 위하여 귀한 과일을 사오시고 맛있어 보이는 거라면 눈에 띄는 대로 사오셨지만 음식만 보면 헛구역질을 하고 전혀 먹지 못하는 며느리 때문에 어른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셨다.


임신 4개월 째. 입덧 고생으로 바짝 마른 나는 예민해 질대로 예민해져서 뒷집의 아이가 놀러와 마당에서 떠드는 것도 신경이 쓰였다. 아이를 내보내려고 마당으로 내려서던 나에게 뒷집 꼬마의 손에 들린 새우깡 봉지가 눈에 띈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겼다. 무언가를 먹는 게 겁나기만 했던 내가 예전에 즐겨 먹던 새우깡의 맛이 떠오르면서 입안 가득 침이 고이는게 아닌가. 꼬마가 먹던 새우깡 반 봉지를 돈과 맞바꾼 나는 화단 옆에 쪼그리고 앉아 정신 없이 새우깡을 먹기 시작했다. 아! 행복이란 이런 걸까. 나도 몰래 콧노래까지 흥얼거렸던 것 같다. '이젠 살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다. 새우깡을 입에 넣는 순간 짭쪼롬한 맛이 먼저 느껴지고 깨물면 바삭바삭 소리와 함께 입안 가득 퍼지던 새우의 향은 청량한 바다 냄새가 코끝을 스치면서 푸른 바다를 떠오르게 하였다.


입안에서 녹아드는 새우깡의 황홀한 맛에 사로잡혀 있는데 …….
아뿔싸! 밥을 전혀 먹지 못하는 며느리가 걱정되셔서 뭐라도 사서 먹여 볼까하고 점심시간에 맞춰 들어오시던 시아버님께서 넋을 잃고 바라보고 계시는 줄도 모르고 한꺼번에 새우깡 서너 개씩 털어 넣으며 콧노래까지 불러대다니……. 얼굴이 새빨개진 며느리의 부끄러움 앞에서 아버님은 새아기가 무언가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너무 기뻐서 어찌할 줄 몰라 하셨다. 그리고 그 길로 사오신 새우깡 1박스. "그 집 며느리 입덧 한번 희한하게 한다"는 가게 주인 아저씨의 놀라움도 개의치 않으시고 사오신 새우깡 박스 앞에서 무안해 하는 며느리를 위해 함께 새우깡을 맛나게 드시던 아버님.


아버님께선 다시 나가셔서 사이다와 우유를 사오셨다. 짭쪼롬한 새우깡을 고소한 우유와

목록